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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춘식 교수와 함께 하는 조나단 에드워즈 선교신학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다시 읽는 조나단 에드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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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춘 식 교수 GMS 서부지부 지부장 / CPU 선교학과 박사원 교수

정체성 회복의 신학
노루는 자연 속에서 생존력이 뛰어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민첩하고 경계심도 강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건망증이다. 포식자의 위협을 느끼고 전력으로 도망치다가도, 잠시 후 자신이 왜 뛰었는지를 잊어버리고 다시 그 자리를 맴돌다 결국 잡아먹히곤 한다. 위험을 인식하고도 그 이유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 건망증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다. 단순한 동물의 습성처럼 보이지만, 이 모습은 오늘 우리의 삶과도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의 삶 역시 두 세계 사이의 긴장 속에서 전개된다. 한국인의 문화적 뿌리를 지니고 있으나, 일상의 언어와 사회적 규범은 미국 사회(American society) 안에서 형성된다. 가정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영어로 사고하고 경쟁한다. 신앙의 언어와 생존의 언어가 교차하는 이 삶의 구조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 낯선 땅에서 나의 신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문화적 혼란을 넘어선다. 그것은 방향을 잃은 개인이 하나님께 던지는 근본적인 신앙의 물음이다. 미국 디아스포라의 현실은 보이지 않는 차별(invisible discrimination), 성취에 대한 압박(pressure for achievement), 자녀 세대와의 문화적·신앙적 간극, 그리고 성공 여부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성과 중심의 정체성에 익숙해진다. “무엇을 이루었는가(what I have done)”가 “내가 누구인가(who I am)”를 대신하는 기준이 된다.
이 지점에서 18 세기 미국의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1703–1758)는 오늘의 디아스포라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에드워즈가 살았던 시대 역시 사회적 전환과 종교적 혼란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은 환경이나 성취, 혹은 감정에 의해 규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인간은 오직 하나님 중심성(Godcenteredness) 위에서만 참된 자기 이해(true self-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에드워즈에게 신앙은 종교적 활동(religious practice)이나 개인적 체험(private experience)에 머물지 않았다. 신앙은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존재 방식이었으며, 인간 존재 전체를 규정하는 정체성이었다. 이러한 이해는 그의 선교신학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에드워즈가 이해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특정 지역이나 사역을 넘어, 하나님께서 자신의 목적을 따라 인간을 세상 속으로 보내신다는 신학적 선언이다. 이 관점에서 디아스포라는 우연히 형성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 땅에 보내진 존재로 이해된다.
이민자의 삶이 불안정한 근본 원인은 외적 환경의 불확실성(external uncertainty)에만 있지 않다. 정체성의 토대가 흔들릴 때 삶 전체 역시 구조적으로 동요하게 된다. 에드워즈는 이러한 위기를 정체성의 문제로 인식했으며, 그 회복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다시 세우는 삶, 곧 코람 데오(Coram Deo)의 삶으로 이해하였다. 하나님 중심의 정체성은 인간의 가치를 성취(achievement)가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존재(belonging to God)라는 사실에서 발견하게 한다.
다시 노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노루는 위험을 감지할 능력이 없어서 죽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인식하고도 그 이유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명을 잃는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잊는 순간, 삶은 방향을 잃고 세상의 흐름에 쉽게 휩쓸린다. 신앙의 정체성을 잃으면 마음은 분산되고, 목적을 상실한 삶은 어느새 세상의 기준에 붙잡히게 된다.
정체성은 영적 나침반(spiritual compass)이다. 내가 누구인지, 하나님께서 나를 왜 이 자리에 두셨는지를 기억할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에드워즈의 신학은 오늘의 디아스포라에게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뿌리 없는 존재(rootless people)가 아니라 하나님 안에 뿌리를 둔 사람들(rooted in God)이다. 이 진리를 붙들 때 디아스포라는 두 세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경계인이 아니라, 두 세계를 잇는 선교적 존재(missional being)로 다시 서게 된다. 정체성의 회복은 곧 사명의 회복이며, 그것이 오늘 미국 디아스포라 신앙이 다시 출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필자 약력
신춘식 교수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선교신학을 연구하여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에서 국제선교목회학박사(D.MinGM) 학위를, California Prestige University(CPU)에서 선교학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현재 GMS 서부지부 지부장이며,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를 섬기는 한편, CPU 선교학과 박사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조나단 에드워즈의 선교신학』( 서울: CLC. 2025)을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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